사우디아라비아를 이끌고 월드컵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에르베 르나르 감독이 재부임한다. 앞서 대한축구협회와 한국 감독직을 두고 협상하기도 했던 인물이다.

27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축구협회는 르나르 감독 선임을 발표했다.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과 최근 결별한 뒤 빠르게 찾은 새 감독이다.

르나르 감독은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지도자다. 지도자 초기 잉글랜드 하부 리그, 베트남 축구 무대 등을 거쳤다. 가장 돋보였던 건 아프리카 팀들을 지도했을 때다. 2012년 잠비아 대표팀을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우승으로 이끌었고, 2015년에는 코트디부아르 역시 이 대회 정상에 올려놓았다.

지난 2019년부터 2023년 초까지 사우디를 이끈 바 있는 르나르 감독은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개막전에서 아르헨티나를 꺾는 대현 이변을 연출했다. 비록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대회의 주인공 중 한 명으로 기억될 만한 경기였다. 이후 프랑스 여자 대표팀을 맡아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축구에 참가했다.

사우디는 새 감독이 필요했다. 르나르 감독 이후를 맡긴 건 이탈리아의 명장 만치니였다. 하지만 만치니 감독은 세계 최고액으로 알려져 있는 고액 연봉을 수령하면서도 뾰족한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올해 초 카타르 아시안컵 16강에서 승부차기 끝에 한국에 패배했는데, 승부차기가 끝나기도 전에 라커룸으로 들어가 버리는 기행을 보였다. 이어진 2026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에서 1승 2무 1패로 심각한 부진에 빠져 있었다.

르나르 감독은 사우디 축구협회 공식 소셜미디어(SNS) X에 게시된 소감 영상에서 "내가 돌아왔다. 원래 떠날 뜻이 없었지만 모국에 불렀을 때는 응해야만 했다. 사우디에서 내 스토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팬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르나르 감독은 대한축구협회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경질 후 후임을 찾는 과정에서 접촉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다만 축구협회에 따르면 당시 르나르 감독이 미팅 장소를 급하게 변경하는 등 협상에 적극적이지 않았고, 만남 자체가 무산되면서 선임에 대한 협상도 일찍 끊겼다. 한국은 이후 많은 외국인 감독을 검토한 뒤 홍명보 현 감독을 선임한 바 있다.